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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엿보기]영화 속 자동차 폭발 실제로 가능할까

나무에게-- 2013. 11. 25. 09:12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 2004년 개봉한 영화 '범죄의 재구성'. 최창혁(박신양)은 한국은행에서 50억 원을 훔친 후 대우자동차 슈퍼살롱 브로엄을 타고 경찰차와 추격전을 벌인다. 차는 추격전 끝에 낭떠러지에 미끄러져 떨어지고 '쾅' 하고 폭발한다. 범인 최창혁은 사망 처리되고 사건은 미궁에 빠진다.

영화 속 자동차 폭발 장면은 예로부터 꽤 흔한 장치였다. 요샌 드라마에서도 종종 볼 수 있다. 영화나 드라마처럼 사고로 자동차가 폭발하는 일이 실제 일어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범죄의 재구성 속 최창혁 같은 완전범죄는 불가능하다.

우선 폭발이 일어나려면 폭발성을 가진 물체가 있어야 하지만 디젤·휘발유는 불이 붙어도 폭발하지 않는다. 엔진 속 고압축 상황에서만 폭발을 일으켜 차를 구동한다. 차가 큰 충격을 받거나 전복돼서 연료가 새 나오더라도 인위적으로 압축하지 않는 한 폭발하지 않는다.

엔진 속 남은 연료가 터질 가능성도 없다. 엔진룸 내 유입되는 연료는 원래 극소량일뿐더러, 일단 사고가 나면 시동이 꺼지고, 연료탱크 내 롤 오버(roll over) 밸브가 작동해 엔진룸으로의 연료 유입이 중단된다. 또 밀폐된 연료탱크에 불이 옮겨붙을 가능성도 극히 낮다.

물론 화재는 날 수 있다. 대부분 차량 화재 사고는 합선(쇼트) 때문이다. 사고나 다른 어떤 이유로 합선돼 난 불이 시트나 사고로 누유된 연료에 옮겨붙으면 차량이 전소할 정도의 큰불로 이어질 수 있다. 그렇지만 이런 경우도 영화에서처럼 순식간에 빠르게 퍼지는 일은 없다.

LPG나 CNG(천연가스) 차량은 폭발 사례가 있다. 지난 2010년 8월 서울 성동구 행당동에서는 CNG 시내버스가 폭발해 17명이 중경상을 입은 적 있다. 오랜 기간 불에 노출되면 고압의 LPG 탱크가 폭발한다. 그러나 이 역시 어디까지나 관리가 안 된 부적합 탱크를 사용했을 때뿐이다. 정상적으로 제조·관리된 차량은 폭발 가능성이 거의 없다. 외부 이상 땐 내부 압력을 서서히 줄이는 장치가 마련돼 있기 때문이다. 급격한 연료 유출 때도 이를 막아주는 장치가 있다. 기본적으로는 총격을 가해도 터지지 않게 돼 있다.



영화 범죄의 재구성 속 차량 추격 장면. 박신양이 몰던 대우 브로엄(맨 앞) 차량은 곧 낭떨어지로 떨어져 폭발하지만 현실 속에서 일반 차량이 폭발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