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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도 안 쓰는데.. 화재 참사 부르는 우레탄

나무에게-- 2013. 11. 29. 08:42

구로 건물 신축 중 화재도 불붙은 우레탄이 순식간에 독가스 뿜어
값싸 단열재로 쓰는데 외국서도 제한적 사용만… "느슨한 규정 강화" 여론

 

근로자 2명이 숨지고 9명이 다친 26일 서울 구로디지털단지 복합건물 신축 공사장 화재 원인으로 단열재용 우레탄이 지목되고 있다.

우레탄은 값이 싸다는 이유 때문에 건축 자재로 널리 쓰이지만 불이 잘 붙고, 타면서 치명적인 유독가스까지 뿜어내 사용의 적절성 여부를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은 물론 중국에서도 우레탄 단열재는 제한적으로 쓰이거나 사용이 금지된 상태다.

사고 당일 경찰은 지상 1층 용접 작업장에서 튄 불꽃이 지하 1층 천장에 설치된 우레탄 단열재에 튀면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잠정 결론지었다. 문제는 지하에서 우레탄이 타면서 발생한 유독가스에 지상 2층에 있던 근로자 2명이 질식해 현장을 빠져 나오지 못하고 변을 당했다는 점이다.

질식의 직접적인 원인은 우레탄이 타면서 발생하는 시안화수소(HCNㆍ청산가스)로 추정된다. 이 가스는 극소량만 흡입해도 호흡계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유독가스다. 과거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나치가 유태인 학살에 사용한 가스이기도 하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약 100g의 우레탄이 탈 때 발생하는 시안화수소의 양은 420ppm 정도로, 들이마시기만 해도 즉시 사망에 이르는 농도다. 현장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화재 발생지점으로 지목된 지하 1층에는 이 우레탄 단열재가 건물 전체에 설치된 상태였다. 총 면적 9,437㎡(약 2,800평)에 달하는 천장에 두께 13㎝인 직사각형(42X60㎝) 우레탄 패널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던 것이다. 사고현장 검증에 참여했던 소방, 경찰 관계자들은 "천장 전체가 불에 그을려 있었다"고 증언했다.

전문가들은 11명 외에 추가 사상자가 발생하지 않은 것이 기적이라고 분석했다. 조남욱 한국건설기술연구원 화재안전연구센터 연구원은 "그 정도 양의 우레탄이 타면 상상도 못 할 정도의 유독가스가 순식간에 뿜어져 나왔을 것"이라며 "현장에 있었던 근로자들이 무사히 대피한 것 자체가 기적"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사망자 4명을 포함, 29명의 사상자를 낸 국립현대미술관 화재 역시 우레탄 단열재가 타면서 인명피해를 키웠다. 이런 이유로 미국과 유럽에서는 단층 건물에 한해 우레탄 단열재 사용을 허가하고 있으며 중국에선 2011년 58명이 사망한 상하이 아파트 사건을 계기로 우레탄 사용이 금지됐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우레탄이 대부분의 건물에서 단열재로 쓰이고 있다. 불연성 자재 그라스울과 미네랄울 등에 비해 우레탄은 가격이 저렴하고 만들기 쉬우며 단열성능이 뛰어나다는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건설경기 위축 등을 고려해 느슨한 현 규정을 바꾸지 못한다면 화재 안전관리라도 강화해야 반복되는 인재를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흥열 한국건설기술연구원 화재안전연구센터 연구원은 "대형 인명 피해를 가져올 수 있는 자재일수록 각별한 관리로 사고를 예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아름기자 archo1206@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