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

탐욕의 시대, 왜 '인디언'인가? "인디언 영혼의노래" -어니스트 톰슨 시튼-

나무에게-- 2013. 6. 4. 13:36

 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870669&CMPT_CD=P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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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언 영혼의 노래>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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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언(아메리카 원주민)들은 백인들로부터 핍박받을 만큼 거칠고 무시당할 만큼 무지한 사람들이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거칠지도 않고 무지하지도 않은 사람들입니다. 어쩌면 지구상에 생존하는 종족들 중에서 가장 지고지순한 종족일지도 모릅니다.

어니스트 톰슨 시튼과 줄리아 M. 시튼 부부가 쓴 <인디언 영혼의 노래>. 1937년에 초판이 나왔고, 1948년에 나온 개정판을 이번에 책과삶에서 옮겨 펴냈습니다.

세계적인 동물학자이자 박물학자인 어니스트 톰슨 시튼과 미국인디언 연구가인 줄리아 M. 시튼은 7명의 인디언과 7명의 백인들 도움을 받아 인디언의 사상과 문화에 대한 기록을 모아 이 책을 펴냅니다.

책의 내용은 눈에 보이는 인디언, 계량할 수 있는 유형적인 모습뿐만이 아니라 무형이라서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아 그 가치를 계량하기 힘든 형이상학적 사상이나 관습, 종교관, 지혜, 정직, 친절, 용맹, 청결, 쾌활, 순결까지를 전부 아우르고 있습니다.

인디언과 백인들의 도움을 받아 정리한 인디언 기록

인디언들의 주장과 전언뿐이라면 주관적인 글이라 할 수 있지만 백인 선교사와 백인 법률가, 심지어 인디언들을 토벌하듯이 압박하던 백인들까지 동의하거나 증명하는 내용들이기에 편파적이지 않습니다.

백인의 문화와 문명은 본질적으로 물질적인 것이다. 그들은 "얼마나 많은 부를 가지고 있는가?"를 성공의 척도로 삼는다. 인디언의 문화는 본질적으로 정신적인 것이다. 그들은 "동족에게 얼마나 많은 도움을 주었는가?"로 성공의 기준을 삼는다. 그들의 사는 방식, 사고, 모든 행위에는 정신적인 의미가 들어 있으며 정신적 세계에 대한 전체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행해진다. - <인디언 영혼의 노래> 21쪽

어느 세상, 어느 무리에서나 추구하는 최고의 목표는 '성공'입니다. 하지만 어떤 가치를 성공의 척도나 조건으로 두느냐에 따라 성공의 의미는 달라집니다. 부자가 되는 게 성공인 세상에서는 돈을 많이 버는 게 '성공'이고, 싸워서 이기는 게 성공인 무리 속에서는 힘센 사람이 되는 게 성공입니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은 부가 성공의 척도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인디언들의 성공척도는 그렇지 않습니다. "동족에게 얼마나 많은 도움을 주었는가?"가 성공의 기준이라고 하니, 어느 교리나 이론적 행복론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가치를 가진 종족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인디언들의 영혼은 순결하고 삶의 방식은 희생적이었습니다. 그리고 모두가 행복하게 살아가는 방식을 시스템적으로 도입할 만큼 지혜로웠습니다. 인디언들이 살아가던 방식이야 말로 공산주의로 추구하려는 이상, 사회주의로 구현하고자 하는 사회적 모델일지도 모를 만큼 철저하고 지혜롭습니다.

모든 악의 근원인 탐욕은 애초에 설 자리가 없었다. 그들에게 화폐제도가 없었다는 점도 부분적 이유가 될 수 있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과도한 소유에 대한 저항감을 전체 구성원이 가지고 있었다는 이유 때문이다. 전쟁이나 교역을 통해 어떤 사람이 많은 말이나 담요 또는 다른 재산을 얻게 되면, 그는 축제나 파티를 열어 그에게 남는 것을 적게 가지고 있거나 하나도 가지지 못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는 것이 그 사회의 관례였다. - <인디언 영혼의 노래> 67쪽

인디언들은 더불어 행복하게 사는 방법을 사회적 시스템으로 운용하고 있었습니다. 여느 종교처럼 교리나 주장에만 머물지 않고 불행의 단초가 되는 탐욕을 구조적으로 차단하며 살아가고 있었으니 참으로 대단한 종족입니다.

인디언들의 삶, 유토피아로 가는 외길이었을지도

인디언들이라고 본능적 탐욕이 없지는 않았을 겁니다. 모든 불행의 근원이 탐욕이라는 것도 그들만이 알고 있는 대단한 진리는 아닙니다. 대개의 종교에서도 주장하고, 대개의 사람들도 알고 있는 보편적 진리입니다. 다만 탐욕스럽게 살아가느냐 아니면 탐욕을 자제하며 이타자리(利他自利)적인 삶을 살아가느냐 하는 차이가 있을 겁니다. 개개인의 본능적 탐욕보다는 구조적 평등에 순응하는 인디언들의 가치와 사회야말로 유토피아로 가는 외길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지혜롭고 순리적이었지만 너무 순수했고, 상대방에 대한 배려 또한 무조건이고 무제한적이었습니다. 이 순진함과 배려가 백인들에게는 인디언 구역을 점령하고 인디언들을 핍박할 수 있는 도구로 악용되었을 겁니다.

인디언들이 기도하던 신은 어느 종교의 교조보다 거룩합니다. 인디언들이 믿고 지키고자 했던 신앙적 계명과, 사회적 규율은 기독교의 10계명이나 불교의 계율보다 훨씬 더 구체적이고 순수하고 엄격합니다. 생활 자체가 신앙생활이며 행동하는 자체가 기도라 할 만큼 순교적인 삶이 인디언들의 생활입니다.

손님에게 인색하기보다는 자신이 굶어라. 만일 그가 어떤 음식을 거절하면 더 이상 묻지 마라. 그는 어떤 서원을 지키는 중일 수도 있다.

손님을 가족처럼 보호하라. 그의 말을 먹이고 너의 개가 손님의 개를 괴롭히면 혼을 내주어라. - <인디언 영혼의 노래> 144쪽, '천막에서의 규칙' 중에서

우리의 제도는 붕괴했다. 우리의 문명은 실패작이다. 어떤 논리를 적용한다 해도 우리의 제도는 한 사람의 백만장자와 백만 명의 거지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 문명의 황폐함 속에서 완전한 민족이란 있을 수 없다. - <인디언 영혼의 노래> 217쪽


인디언들의 삶은 청결하고, 용맹하고, 쾌활하고, 정직합니다. 자신은 굶더라도 천막으로 찾아온 손님에게는 인색하지 말고, 손님에 데려온 개에게조차 마음을 써줄 만큼 친절할 것이 천막에서의 규칙으로 지켜지고 있습니다.

약손 같고 휴식시간 같은 청량한 일독 될 것

저자는 후기에서 '백인의 문명은 실패작'이라고 통렬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은 돈에 대한 광기 때문이라고 확언하고 있습니다. 책의 내용은 오래된 영화에서나 볼 수 있고 고전에서나 읽을 수 있을 것 같은 인디언들의 삶이며 이야기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인디언 영혼의 노래>에 실린 인디언의 삶을 더듬어보는 시간이야말로 돈의 광기에 상처받은 심신을 어루만져줄 약손, 무한경쟁에 지친 삶을 내려놓을 수 있는 휴식시간이 될 것입니다. 마음은 편안해지고 정신은 맑아지는 청량한 일독이 되리라 기대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인디언 영혼의 노래> 어니스트 톰슨 시튼·줄리아 M. 시튼 씀, 정영서 옮김, 책과삶 펴냄, 2013년 5월, 220쪽, 1만2000원